

아이가 태어났을 때 선천적 갑상선 기능저하가 발견되었었습니다. 갑상선이 제 기능을 해주기를 기다리며 방치하다 늦어지면 지능 저하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3년은 갑상선을 통해 만들어지는 호르몬을 약으로 먹는 게 의학적 대응 프로세스인 듯합니다. 그리고 갑상선 기능 저하에 의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시기가 지나간 만 3세에 약을 끊은 상태에서 다시 갑상선이 잘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갖습니다. 여전히 문제이면 평생 약으로 관리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저희 아이는 만 3세 검사에서 갑상선이 제 기능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이후 약 복용 없이 1년에 한 번 피검사를 통해 추적 검사만 하였고, 만 6세에 최종적으로 지능 검사 등으로 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능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저희 아이는 특유의 숫기 없음과 약간의 심드렁함이 더해져서 어른 보고 인사하기와 묻는 말에 대답하기 등을 잘못하거나 안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선생님 앞에서 1:1로 질의응답하거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지능검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약간의 걱정이 있었습니다.
부모라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긴 하지만, 저희 아이에 대한 제 평가는 언어능력은 보통인 것 같고, 수학 능력은 보통에서 조금 좋은 것 같고, 호기심이 강하고, 그만큼 산만함 또한 강하며, 반대로 주의 집중력은 좋아하는 것을 할 때와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할 때 격차가 꽤 클 것 같고, 사회성은 보통보다 낮은 편일 것 같은데, 놀이터에서 혼자 놀게 두고 관찰해 보면 모르는 친구들이랑은 또 금방 어울려서 잘 놀아서, 이 아이의 사회성 없음은 잘 모르는 어른들과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것인가 싶기도 한데, 검사는 잘 모르는 어른이 하는 것이니 진행이 잘 될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검사를 마치고 나온 아이의 모습이 뜻밖이었습니다. 볼이 흥분으로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아빠 또 와서 하자” 하는 것입니다.

저녁에는 지능 검사 문제를 종이에다 재구성해서 저에게 문제를 냅니다.

지능검사가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수학학원 하는 아빠의 아들 답다고 해야 할는지….?
컷만화를 그리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재미나이는 정말 만화를 잘 그려주네요 ㅎㅎ

대개 교육의 많은 문제들이 가르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드는 것에서 발생한다고 믿는 편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가르치는 방식이 반드시 하나하나 설명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학습할 시간을 주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학생이 스스로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끔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이 좋은 학생의 역할을 하고, 학생이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으로 설명할 때 학습 효과가 훨씬 큰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선생은 가르치는 것 없이 학생에게 학습을 모두 맡겨야 하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선생은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이라는 도구로써 학생에게 생각의 틀을 넓게 하고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첫째, 신개념과 관련된 선수과정을 복기 시켜줌으로써 큰 흐름의 학습과정에서 지금 배우는 개념이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배움의 맥락을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분수와 자연수의 나눗셈을 배우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3학년 2학기에 배우는 분수의 기초 개념과 4학년 2학기에 배우는 분수의 덧셈/뺄셈을 거쳐 5학년에 배우는 약분/통분의 개념과 분수의 곱셈 등 장장 3년에 걸친 분수에 대한 대강의 학습 흐름을 짚어주고 분수와 자연수의 나눗셈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과, 다짜고짜 “여러분 오늘은 분수와 자연수의 나눗셈에 대해 공부해 봐요”라고 시작하는 것은 학생에게 분수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전혀 다른 관점을 갖게 합니다. 선수과정의 복기를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며, 지금 이것을 왜 배우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그토록 지겨워하는 우리의 교육과정이 하나의 개념을 학생에게 이해시켜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촘촘한 구성의 콘텐츠와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느낌적 느낌을 반복적으로 받게 되면 학생의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도 촘촘하게 공들여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게 됩니다.
둘째,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은 학생 스스로 공부한 내용의 빈 공간을 메워주고 불완전하게 이해된 부분을 보다 명확하게 짚어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지난 과정에 대해 복습하고, 친절한 설명의 교재를 통해 개념 독학을 하게 한다고 해도 설명의 행간에 있는 의미를 학생 스스로 모두 찾아내는 것은 무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학생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알게 된 지식의 기반 위에서 선생은 다양한 상황과 관점을 제시하여 이제 방금 알게 된 – 아직 앎과 모름의 경계가 명확지 않은 – 개념에 대한 이해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학원은 학생이 스스로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돕겠습이다. 학원은 학생이 숲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학원은 학생이 스스로 심은 나무와 숲 전체를 애정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3월이 되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학업적으로 제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힘 기르기
2. 규칙적인 학습 습관 형성하기
3. 문해력 기르기
1번과 관련해서는 아래 ‘지루함을 견디는 힘’ 에서 따로 썼으니 이번 글에서는 생략할까 합니다. 다만 2번, 3번을 위해서 반드시 아이가 영상을 비롯한 즉각적인 재미 추구에만 몰두하지 않도록 부모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1번이 실패하면 2,3번도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2. 규칙적인 학습 습관 형성하기
두 달 전부터 유치원이 끝나면 학습지를 풀게 합니다. 학습지는 적절한 1일 분량으로 구획되어있는 학습지를 활용합니다. 목표는 20분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보통 10분 지나면 의자에서 일어나고 싶어 해서 제제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주의 사항은 주 목표가 공부를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자칫 의욕이 앞서 너무 도전적인 내용, 어려운 공부를 시도하는 것은 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아직 20분을 책상에 앉아서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전적인 과제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공부에 사용하는 교재는 수월하게 풀 수 있는 것들의 비중을 높게 가져갑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기 전에 이 습관만 만들어져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생각입니다.
간혹, 놀이 교구를 통해 아이의 흥미를 유도해서 공부하게끔 하는 교재들이 있는데, 이러한 교구를 활용한 교재 사용은 학습 습관 형성하기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너는 이제 학생이고 공부가 재미없더라도 학생의 신분인 이상 일정 시간은 의무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에 앉아 책과 연필을 사용해서 학습하는 시간 20분을 습관화합니다.
3. 문해력 기르기
문해력이야말로 모든 학습의 근간인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에게 소실되어가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수학 같은 경우도 기본적인 문해력이 갖춰져있지 않아서 학습시키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글자를 학습하는 단계에서는 낱말을 읽고 쓰는 것에 그치기 보다 어떤 문맥에서 해당 낱말이 쓰이는지를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공부는 양보다 질이라고 할 때 ‘질’에 해당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맥락을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만약 아이가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성장했고 문해력이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영상 등에 대한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며, 영상을 통제하고 아이가 흥미 있어 할 만한 분야의 만화책을 책꽂이에 배치해 놓으면 만화책이라도 읽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작을 이렇게 해보는 것도 추천할만합니다.
저는 2번 학습 습관 형성을 위해 아이가 상대적으로 쉽게 수행하는 수학 학습지를 높은 비중으로 풀게 하면서 독해 교재 풀기를 중간중간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또 수학 학습지의 경우 글이 적은 단순 연산 교재보다 텍스트가 많은 교재를 골라 풀게 하고, 아이에게 미리 문제를 읽어주거나 설명하는 것을 하지 않으며, 틀려도 괜찮으니 알아서 읽고 풀도록 유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학 학습 교재도 충분히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문해력 교재가 되어 줍니다.
저희 아이에게 공부시키는 문해력 교재는 천재교육의 ‘똑똑한 하루 독해’입니다. 제가 서점에서 몇 가지 교재를 비교해 보고 저희 아이에게 가장 맞는 것을 고른 것인데 내용이 괜찮은듯하여 공유드립니다.
여러분 만약 아래 두 개의 토막을 주고

아래와 같은 모양을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 머뭇거림 없이 토막을 조합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능상 다른 영역에 문제가 없거나 오히려 일반인보다 출중하기도 한데 위와 같은 상황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추상적인 상황을 시각적으로 상상하여 재현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는데, 당연히 수학을 하는데도 활용되는 능력입니다. 기하, 도형은 물론이고, 암산으로 단순한 덧셈, 뺄셈을 할 때도 이러한 능력이 사용됩니다.
미 취학 아동인 저희 아이는 머릿속으로 사물을 떠올려 덧셈을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각적 상상과 시뮬레이션 능력이 동원되며, 자리 올림이 발생하는 덧셈을 할 때도 자리 올림이 발생한 상황을 순식간에 머리로 떠올려 이미지화한 후 계산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학을 하는데 이미지를 동원한 시뮬레이션을 사용하는 것은 학교와 수많은 교재가 수학의 개념을 시각적인 설명으로 하고 있는 탓도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일반적으로는 시각적인 이미지로 수학을 설명하는 것이 받아들이기 쉽고 또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추상적인 개념을 이미지로 떠올리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학생도 드물지만 분명 존재합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수학을 가르쳐야 합니다. 개념에 대한 이해는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와 언어를 기반으로 한 논리적인 설명이 더 효과적이며, 이미지화가 안되어 발생하는 속도의 문제를 적극적인 암기로 보완해 주어야 합니다. 저는 공식을 무조건 암기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런 친구들은 영어 단어 외우듯이 공식을 암기하게 하고 공식과-풀이의 논리적인 관계를 이해시키는 방향으로 학습하는 게 좋습니다. 덧셈 뺄셈 암산도 10의 보수를 외워서 풀이하게 하면 속도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교육하는 방법은 학생 수만큼이나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학교나 교재는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또 그렇게 해야 하겠지만, 현실의 아이들은 100이면 100 제각각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접근과 고민을 하며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풀이를 어떤 아이는 터무니없이 어려워하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이때 수학 머리가 없음을 탓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 학생에게 맞는 접근 방법이 달리 있을 수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유용한 방법만을 이 학생에게 들이대서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저는 현실적으로 공교육이 보편적인 교수방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러하기에 이를 보완하는 역할로써 사교육의 의의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교육이라고 한계가 없지는 않겠지만, 각각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습 방향을 설계해 주고, 학생에게 더 적합한 또 다른 이해의 시각을 제공해 주는 역할이 사교육을 하는 사람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운 좋게도 저는 아이의 특별한 첫 순간들을 거의 놓치지 않고 함께 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스스로 걸음을 시작하던 순간, 처음으로 안 돼~라는 말을 내뱉고는 본인도 놀랐는지 흥분해하던 순간,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 어린이집에 가던 순간…
그중에서도 특히 저는 아이가 처음으로 보조바퀴를 떼고 두발자전거를 타던 날의 묘한 감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붙잡아 줘야 해?”
“그래 아빠가 잡아줄 테니까 안심하고 타”
” 놓으면 안 돼?”
“안 놓는다니까”
그러다가 슬쩍 놓으면 비틀 대면서 쓰러지는 여느 아빠와 아이의 자전거 배우기와 다를 봐 없는 기억입니다만, 아직은 한참 더 뒤에서 붙잡아 줘야만 할 것 같았던 아이가 힘차게 페달을 밟아 스르륵 제 손을 떠날 때의 그 손끝에 남는 여운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우와, 이렇게 성큼 성장하는구나 싶은.
지난 주말에 저희 아이는 또 한 번의 기념할 만한 첫 순간을 맞이하였습니다.
집 앞 왕복 10분 거리의 하나로마트에 엄마 아빠와 동행하지 않고 혼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온 것입니다.
예비 초등학생인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입학 전 사전 안내에는 아이의 등교를 처음 한 번 정도만 도와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해 달라는 내용 있었습니다. 아직 집 앞 놀이터도 혼자 내보내지 않았던 우리 부부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돌이켜 보면 제가 우리 아이 나이 때는 부모님이 장사하시는 가게가 유치원에서 걸어서 40분 거리였는데, 잘만 스스로 왔다 갔다 했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차도 없고, 환경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유괴범죄는 그때가 더 많았을 겁니다. 그 당시에도 위험 요소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또 다들 그렇게 성장했었죠.
그래서 가까운 곳은 아이가 혼자서 다닐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 때가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요.
사전 작업으로 몇 번 지하주차장과 아파트 정문 앞에서 집에 뭐 좀 가지고 와달라고 아이에게 부탁을 해봤습니다. 아이는 혼자서 곧잘 집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와줍니다. 그렇게 혼자 집을 찾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태를 확인하고 이제나저제나 찬스를 옆 보던 중 주말에 아이가 간식을 사러 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어때? 혼자 다녀와 볼래?”
지난번에도 한두 번 제안했지만 혼자서는 싫다고 거절했던 터라 별 기대 없이 물었는데 이번에는 아이도 저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응, 할 수 있을 것 같아”
막상 하겠다고 하니 정말 혼자 보내도 될까 걱정이 몰려오지만, 언제까지 품 안에 넣고 키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빠 전화번호 기억하니?”
“000-0000-0000”
“무슨 일 있으면 어른들한테 아빠 전화번호 이야기하고 전화해달라고 해”
“응”
“뭘 살 건데?”
“아이스크림, 쌍쌍바”
“좋아 다섯 개 사 와보자”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오나 초 초해질 무렵 아이가 성공적으로 쇼핑을 마치고 귀환합니다.
아이스크림 쇼핑에 성공하고 의기양양한 모습
아이는 이렇게 오늘 또 한 뼘 성장합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있는 동안 설거지를 하던 저는 끝내 평정심 유지에 실패하고 베란다로 나가 얼굴을 내빼고 ‘아이가 왜 안 오나 올 때가 됐는데’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나중에 그때 상황을 설명하고 제미나이한테 만화로 그려달라고 하니 아래와 같이 그려주네요. 남자 얼굴이 저보다 잘생기고 어려 보여서 썩 마음에 듭니다. ㅎㅎ


수학은 초등 3학년에 분수 등이 나오는 시기부터 한 번 어려워지고, 부모님들도 이때부터 학원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초등 3학년이 ‘마음껏 놀아라’에서 ‘이제 공부 좀 해야지?’로 전환되는 첫 번째 시기이고요? 좀 늦으면 중1, 더 늦으면 시험을 보기 시작하는 중 2 정도가 되면 ‘이제는 공부해야지!’로 태세 전환되는 게 보통인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는 때 되면 하겠지 하고 관망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저야 학원 업을 하는 사람이니, “어머니 그러시면 안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학습관리하셔야 합니다. 저희 학원에 맡기시면 저희가 완벽하게 관리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해야 사업이 번창하겠지만, 사실 저도 부모나 외부의 의지가 학생의 학습에 너무 많이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기본적으로 공부는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것이며, 스스로 할 동기가 부족한 아이는 동기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다려주는 것이 방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완전한 방치는 숨도 못 쉬게 통제하는 것만큼 아이에게 해롭습니다.
과거에는 완전한 방치가 그렇게까지 해롭지 않았습니다. 결핍의 시대였고, 부모가 가난한 시대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저마다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강하든 약하든 있었습니다. 방치를 해도 자기 삶을 개척하기 위해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공부(혹은 다른 것을 통한 성공)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환경에서 방치는 아이를 자율적이고 강하게 키우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빈곤의 시대가 아니고, 큰 재산을 물려줄 정도가 아니라 할지언정 부모가 삶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고 그러한 경험을 사는 내내 축적해온 아이들이 여가의 많은 시간을 쇼츠, 릴을 보며 보내는 시대입니다. 공부야 때가 되면 알아서 하겠지라고 해봐야 그때가 오는 경우가 드물어졌으며, 운 좋게 사춘기를 넘기고 그때가 온다고 해도 이미 유튜브를 손에서 놓기 힘든, 자기 통제력, 집중력, 문해력 등 학업의 근간이 되는 소양부터 결핍되어 있는 아이가 공부로 성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시대에는 단호한 통제의 섬세한 돌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단호한 통제란 하나하나 강압적으로 지시하고, 결정해 주고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소통을 통해 규율을 정하고, 그것을 습관화하고, 불필요한 욕구는 적절히 좌절시켜주는 태도를 말합니다. 규율의 양은 최소화하되 적용에는 단호하고 일관되어야 합니다.
저희 집의 경우 하루에 일정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공부하기(하루에 20분 정도 문제집 4쪽 분량을 학습), 동영상 통제(저희 집은 거실에 TV가 없고, 주중에는 영상 시청이 일절 금지이고, 주말에 60~90분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을 하나씩 볼 수 있는 게 규칙입니다.), 장난감 등은 칭찬 도장(인사를 잘한다던가 하는 과제 등을 잘 수 행하면 찍어줌)을 모아서 사기 등이 있습니다.
20분 정도 학습을 시키는 것은 학습 자체가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니라 20분을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대신 학습내용은 쉬운 것을 많이 섞어 줍니다. 학습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어야 기초적인 학습 수준을 확보할 수 있고 나중에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는 동기가 생기더라도 문제없이 그만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동영상 통제는 관련된 포스팅이 있으니 읽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https://blog.naver.com/onepoommath/224151960487

글에 앞서 언급할 선행 학습에 대하여 명확히 하겠습니다. 선행학습이란 게 다음 학기에 대한 예습 정도의 선행학습이 있고, 중학교 졸업 전에 고등 수학 절반에서 전부를 공부하는 선행학습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선행학습은 후자임을 밝혀 둡니다.
부모님들도 수학 선행학습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선행학습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선행학습이란 게 어찌 보면 도박과 같아서 그것이 필요하고 소화가 되는 아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육이지만, 현행 학습도 버거운 아이에게는 그야말로 수포자가 되라고 떠미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행학습이 효과적인 학생들은 실상 5% ~ 10%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중학교 수학 시험에서 A등급을 놓치지 않는 학생 중에서 절반 정도(중학교 내신 시험은 절대 평가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고, 중상위-상위, 최상위를 변별하기 어렵습니다.)는 선행을 힘주어 하면 좋을 학생들이고, 다른 학생들은 차근차근 현행의 완성도를 높여 중도 탈락하지 않고 완주함으로써 성과를 내는 것이 내실 있는 학습전략입니다.
유튜브나 이런저런 책들에서 말하는 선행 가이드 들은 서울대, 의대를 포함 수능 수학 1등급, 내신 수학 올 1등급을 목표로 하는 극 상위권을 위한 학생들을 위한 로드맵인데, 이런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 습관이 잘 형성되어 있어 누적된 학습량이 많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과감한 선행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만약 아이의 누적된 학습량이 평범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수준이 아니라면 선행에 힘을 주는 것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고 저는 말씀드립니다.
그렇다고 현행에만 매달렸을 때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점도 있습니다. 일단 부모님과, 학생의 상대적인 불안감이 현행 학습의 어려움을 선행을 안 한 탓으로 생각하게 하고 이것은 이제 늦었다는 열패감을 만들어 학습의욕을 저하시키기 쉽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도한 선행학습이 수포자를 만들기도 하지만, 선행을 안 했다는 피해의식이 수포자를 만들기도 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중등에서 고등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수학 과목의 난이도가 급등하여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조차도 저마다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어서 이 시기의 수학 과정을 어느 정도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다면 고등학교에 진학한 한생이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초기 내신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당연하기에 마냥 선행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학생의 상황별로 교육전략을 다르게 해야 합니다.
우리 학원에서는 현행을 위한 공통 수업을 (50%) 진행하고 개별 수업을 (50%) 진행하는데 개별 수업에서 학생의 수준에 따라 현행 보완+선행 추가와 같은 형식으로 진도를 나가기도 하고 선행 없이 현행에만 완성도를 높이기 도합니다. 때문에 선행에 힘을 주어야 하는 최상위권을 위한 학원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며 상위권에게는 약간 쉬워서 아쉬운 학원일 수 있습니다.
우리 학원은 중상위권을 포함한 그 이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의 학습 상황에 맞춰 현행과 선행을 조절해가며 교육하는 학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빠는 구구단 할 줄 알아?”
아직 유치원 다니는 예비 초등학생 아이가 묻습니다.
“구구단을 모르고 어떻게 수학학원을해?” 라고 대답하고 멋쩍어 혼자 웃습니다.
구구단을 외우는 것은 딱히 수학학원을 하는 것과도 상관이 없기 때문입니다.
“000이는 구구단 3단까지 할 수 있대”
약간 부러운듯 아이가 말합니다. 아빠도 3단을 알고 있느냐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구구단은 지금 외울 필요 없어”
아이에게 조금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유명한 일타 강사님 중에 현 아무개 선생님은 종종 수학은 암기과목이라고 강하게 주장하시는 것 같습니다. 또 정 아무개 선생님은 수학은 개념을 이해하는 과목이라는 점을 강조하시며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인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여러분은 수학을 배운적이 없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이해와 암기는 동전에 앞뒷면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해를 하려고 애쓰다보면 암기가되고, 암기를 하다보면 이해가 안되었던 것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고민하고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입니다. 잘 모르겠어서 일단 외웠던 공식의 심오함을 나중에 깨닫게 되라는 법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무턱대고 외우기부터 하는 것은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저희 아이처럼 이제 학교에 들어가는 친구들이 선행학습이라고 구구단을 빠르게 먼저 외워 버린 다던가 하는 것은 독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구단을 모른채 덧셈으로 이렇게 저렇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편이 아이의 수학적 사고력을 향상시키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구구단을 외워버리면 수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봉인해버릴 수 있습니다.
다음은 어제 밤에 자기 전 아이와 나눈 대화입니다.
아이가 묻습니다.
“아빠, 오분은 몇초야?”
무심결에 300초라고 대답하려던 입을 멈추고 되묻습니다.
“6을 다섯번 더하면 몇이지?”
구구단을 모르는 아이가 30을 한번에 말할 리 없습니다.
난이도를 낮춥니다.
“6을 두 번 더하면 몇 인지는 알겠니?”
그정도는 알고 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아이가 12를 대답합니다.
“그러면 6을 세번 더하면?”
이번에는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허공에 6을 세줄로 나란히 늘어 놓고 손으로 세고 있는 것 같은 동작을 취하더니 어렵게 18을 대답합니다.
“그러면 6을 네번 더하면?”
아이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옵니다.
“그건 12 더하기 12 인데”
두 자리 덧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조금 시간이 걸려 어렵게 24를 대답합니다.
그나저나 육을 네번 더한 것이 육을 두번 더한 것을 서로 다시 더한 것이라는 사고 전환을 즉각적으로 해낸 것에 내심 놀랐습니다. 원래 육을 다섯번 더하는 걸 물어보려다 아이가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전략을 바꿉니다.
“그러면 6을 다섯번 더한 것은 6을 세번 더한 것에 6을 두번 더한 것과 같겠네 6을 세번 더한 게 몇이라 했지?”
“18”
“6을 두번 더한 것은?”
“12”
“12와 18을 더하면?”
다시 막힙니다. 두 자리 수 더하기는 아이에게 아직 무리인가 봅니다.
다시 우회하는 길을 알려줍니다.
“그러면 10하고 18을 더하면 뭔지는 알겠니?”
아이가 아빠의 의도를 파악하고 28을 대답하는대신 정답을 외침니다.
“아, 30이구나”
“6이 다섯 개면 30이네, 그러면 60이 다섯 개면 몇 일까?”
“30백?”
“30에 0을 하나 더 붙이는 거지”
“300!”
“응 그래서 5분은 300초 야”
여기까지가 어제 저희 아이와 나눈 잠자리 대화였습니다. 아이가 6*5=30을 알고 있었다면 3초만에 끝날 대화였습니다만, 아이가 구구단을 모르는 덕에 여러가지 덧셈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암기를 해야 할 때 암기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속도와 효율 또한 아이가 체득해야할 중요한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게 있는 법이므로, 속도와 효율을 얻기 전에 경험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수와 셈으로도 얼마든지 즐거운 잠자리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유창성 편향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같은 유형의 문제들을 연속해서 풀면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답을 내는 것일 뿐인데도 이것을 이해하고 풀고있다는 착각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 문제지 안에 여러 유형의 문제가 혼합되어있을 때 본인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문제를 풀 수 없게 된다는데 있습니다.
학원에서 선생이 문제 푸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학생은 문제집을 같은 방식으로 풀어서 정답을 맞추고 동그라미를 치지요. 문제집에는 동그라미만 가득 차고 학생은 학원에서 잘 배운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하지만 정작 시험을보면 그만한 성적이 안나옵니다. 이러한 상황을 유창성 편향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쎈과 같은 유형서들을 가지고 공부할 때 양질의 문제를 풍부하게 연습해볼 수 있다는점에서 좋은 점이있는 반면 이러한 유창성의 편향에 빠지기 쉽다는 위험이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분산 학습입니다.
시간 간격을 두고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여러 번 문제를 노출시키는 것이 분산 학습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분산학습은 장기 기억으로의 전환에 유리하기 때문에 문제집만 잘풀고 내신을 망치거나, 내신 시험에 반짝 활용되고 잊혀서 정작 수능을 망치거나 하는 일을 방지해주며, 내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모르는 게 무엇인지를 확인시켜 줍니다.
무엇보다 분산 학습은 서로 다른 시기에 배운 내용들(오늘 수업시작하면서 1장 문제를 퀴즈로 풀어보고, 수업 시간에 3장의 개념을 공부한다고 생각해봅시다.)이 뇌 안에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고력 문제, 킬러 문항을 해결하는 힘을 기르게 해줍니다.
우리 학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분산 학습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1. 누적 퀴즈
매 수업 시작 시 누적 테스트를 실시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배운 내용 50%, 지난주 배운 내용 30%, 지난달에 배운내용 20%를 섞어 테스트 합니다.
2. 학습패턴
개념 -> 유형 -> 유형 혼합 문제 풀이 의 순서로 학습을 진행합니다.
3. 오답관리를 통한 개별 과제 제시
학생별 정/오답 정보를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오답과 유사 문항의 문제를 개별 제시하여 분산 학습을 유도합니다.
4. 주간단위의 수업을 신규 단원과 이전 단원의 혼합 학습 및 테스트 등으로 형태로 구성하여 분산 학습 효과를 극대화 할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일품 수학 학원의 수업 구성(주 2시간, 3일 기준)